2025년 12월, 캄보디아 (정종찬, 성실)
시편 117편
주님의 신실하심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117 너희 모든 나라들아 여호와를 찬양하며 너희 모든 백성들아 그를 찬송할지어다
2 우리에게 향하신 여호와의 인자하심이 크시고 여호와의 진실하심이 영원함이로다 할렐루야
1. 주님, 사역지를 옮길까요?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찬양합니다. 깨닫게 하시고, 회개케 하시고, 사람을 모으시고, 진리를 전하게 하시는 모든 과정이 수동적으로 떠밀려갑니다. 제가 하는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시네요.
주말마다 설교준비하느라 바쁘고, 주일에는 설교인원 세는게 일이었습니다. 인원이 점점 줄더니 어느 날은 저희 가정과 학사인원만(이 빌딩에서 먹고 자는 사람들만) 예배를 드리던 날도 있었습니다. 열명이 채 못 되었지요.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없냐… 제 자신이 너무 무력하고 한심한데 그냥 그게 제 실력이고 현실입니다.
매일 엎드려도 답은 없으시고… 사람이 너무 없어서 사역지를 옮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던 차에, 사람은 많고 선교사가 필요한 어느 사역지로 초대의 제안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사역지를 옮겨주시나 생각도 들어서, 기도해 보겠습니다던
바로 다음날 스가랴 11:17 을 답으로 주셨습니다. 설교 준비하다가 여기저기 보던 통에, 거기가 설교 본문도 아닌데 갑자기 그 구절이 눈에 확 빨려들어왔지요. 옮기는게 주님 뜻이 아닌 건 확실한데, ‘주님, 양이라고 할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요’ 라는 항변이 마음에서 올라옵니다.
그 즈음에 오스왈드 챔버스의 글이었는데 이런 지적을 하더군요. ‘우리의 일은 성도들의 이름을 호명해서 주님께 올려드리는 것이다. 그러면 성령께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그들을 위해 친히 간구하신다.’ 익히 알고 외우는 구절인데도 짚어주니 의미가 명확해지더이다. 기도의, 간구의 주체가 내가 아닌, 성령이시고 제 일은 양들의 이름을 불러 하나씩 주님께 인도하는거였습니다.
인원만 세고, 이름을 부르지 못하는 저의 죄를 드러내시는 순간이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너무 죄송했습니다. (이야기가 몇 달 걸쳐 일어난 일이라 제 기억의 선후가 정확치 않습니다만 다들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어느날 전도하다가 할머니 한 분이 예수를 믿겠다고 하길래 집이 어디시냐 내일 예배 시간 전에 모시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이게 맵에다가 찍어주는게 아니라 어디라고 말만 듣고 실제로 찾기는 수월치 않은 일인데, 여하간 거기 찾아 가니 이 할머니가 손녀 3 명(까니까, 따뷔따, 리사)까지 데리고 같이 타는 겁니다.
게다가 설교도 얼마나 집중해서 듣는지… 보통 외국인의 발음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 때문에, 그럼 읽기라도 하라고 제가 설교 전문을 앞에 띄웁니다. 아니 근데 혼자서 그걸 중얼중얼 읽으시네요. 할머니가 글자를 아는 분도 흔치 않은데 (글자를 몰라야 살아남는 시대를 지낸 분들이라) 강단에서 보면 사람들 얼굴이 보이잖아요. 하물며 조는 사람도 있는데, 그걸 읽는입술을 보면서 ‘저 한 사람이 네 양이다’ 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받습니다.
그래서 어느날부터 양들의 이름을 불러 주님께 올려드리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제서야(? 이렇게 말하기도살짝 두렵긴 합니다만…)사람도 보내 주시네요. 허튼 소리 안하고, 윤리 설교 하지 말고, 진리 설교하자고 항상 다짐하고 있습니다. 나부터 말씀대로 살아야한다는 부담과 책임도 무거운 기쁨입니다.
2. 연결과 기쁨
품 돈티에서 어린이들과 예배를 시작한게 2024 년 8 월 25 일이었으니 1 년하고도 4 개월이 되었네요. 두어달 전에 그 마을 인근에서 전도하다가 비어있는 교회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길에서 보면 전혀 교회로 보이지 않는 건물입니다. 여기 돈티는 처음부터 그게 어느집
마당을 빌려서 예배 중인데, 그 예배 처소에서 이 교회는 600 미터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가깝다면 가까운데 이제서야 발견했네요.
들어가보니 구겨진 성경책에 먼지는 잔뜩 앉아있고, 한눈에 봐도 inactive 상태인 예배당 (바닥 면적이 대략 5m x 7m. 단층이니 그 냥 넓은 원룸 사이즈 정도)이었습니다. 그래도 이게 건물이라 지붕도 있고 벽도 있어서 적어도 예배 때 방해는 덜 받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옆집에 물어보니 주인이 팔겠다고 내놓은 가격이 $15,000 이랍니다.
한동안 기도하다가, 임대라도 해서 시 작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주인을 만나려는 참에, 파송 교회가 알링턴 나와 폴스처치에 자리잡은 에피소드 말씀해주신게 기억이 나더 군요. 그래서 나도 주인 만나면 당당하게(!) 얘기해야겠다, ‘여기가 보니 원래 예배드리던 장소인데, 내가 그냥 쓰게 해달라. 공짜로. 당신도 아마 그리스도인일 듯한데, 여기서 다시 예배가 시작되면 당신이 그 복 받으쇼. 싫으면 말고. 그럼 여기는 그냥 계속 이모냥 이꼴 이고, 나는 그냥 지금까지 예배드리던 마당에서 계속 드리면 된다’.
근데 만나고 보니 참 귀한 분들이네요. 기독교인구가 2%가 채 안되 는 나라에서 사역하는 현지인 노목사님 내외인데, 사모님 얘기가, 사역 중인 교회가 여러 곳이라 돈티 교회가 버려진게 항상 마음이 아 파서 기도중이었다고, 근래 왠 꼬레가 그 동네에서 애들 델꾸 예배드린다는 소문을 듣고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제발로 찾아왔다 고 아주 반가와하시네요.
멘 부띠 목사님이 내건 조건은 ‘이단적인 가르침은 안된다, 사역 외의 용도로 예배당을 사용하면 안 된다’ 등 아주 상식적인 것들 뿐이라 흔쾌히 동의하고, 새해부터 품 돈티 사역은 마당 아닌 예배당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 앞 ‘당당하게’가 아니라 주님 앞에서 ‘겸손하게’ 받았지요. 하나님께서, 장소가 필요한 자와 사람이 필요한 자를 모두 웃게 하시네요. 주의 앞에 기쁨이 있나이다. 할렐루야.
3. 먼 길 출발
함께 사역해 온 동역자, 싸뜨라(32 세) 자매가 신학공부를 시작합니다. 2019 년 7 월부터 함께 사역했습니다. 만 6 년이 넘었네요. 학사에 들락날락한 사람이 여럿 있었는데 싸뜨라가 제일 오래 남아있네요. 이게 서로 성격이 맞아야 합니다. 안 맞으면 아무리 주는거 많아도 오래 못 버티더라구요. 어쨌거나 선교사가 없어도 사역이, 교회가, 예배가 계속 되려면 여기 사는 현지인 사역자가 있어야 합니다. 공부를 권했는데 자신 안에 있는 목마름 때문인지 기꺼이 받았습니다.
멀리보고 시작합니다. 공부는 4 년이고, 학교는 프놈펜(오토바이로 편도 3 시간)이라 학비와 교통비, 식비와 생활비 등으로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 사람이 세워질 것 같습니다. 그 학교 학생들이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라 수업은 월화수목, 주말은 학생들 각자 사역지로 돌아가서 사역합니다. 그리고 월요일 점심시간까지 학교에 다시 오면 또 수업시작이지요.
연간 등록금은 450달러 (네, 사백오십 달러입니다. 사천오백 달러가 아닙니다)입니다. 하나님의 감동을 받으신 분께서 기도나 재정적으로 그녀를 도와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한 분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네 분이 각자 1년씩 지원해 주신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주거비나 식비 같은 기타 비용은 현재 유치원 교사로서 받는 급여를 조금 줄여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1 년 학비는 $450(사천오백 아니고 사백오십 맞습니다)인데, 함께 기도해주시고 누구든 하나님께서 마음 주시는 분이 지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 분이 하실 필요도 없고, 네 분이서 1 년치씩 보조해 주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외 기숙사 및 급식비와 생활비는 유치원 교사로 받던 월급에서 조금 줄여서 줄테니 그 안에서 본인이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공부는 새해 1 월 5 일부터 시작입니다. 제가 본 싸뜨라는 하나님을 향한 진심이 있습니다. 잘 울기도 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도 있고, 청소에 몸을 사리지 않습니다. 아이들 사랑하고 잘 다루지요. 그리고 되게 부지런해요. 다들 많이 칭찬하지요. 공부도 열심히 하리라고 사료됩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만 여기에는 안 적습니다. ㅋㅋ
4. 개인 소식과 기도 요청
작년에 어머니, 올해는 본인 유방암에, 지난 주 아버지 소천까지 아내에게 힘든 일이 많네요. 아내는 유품 정리하느라 아직 한국에 체류 중입니다. 아내가 쉼이 필요한 시기를 지나는 것 같아서 유치원은 올해 아이들을 졸업시켰고 당분간 쉽니다.
지난 성탄주일 (21 일) 예배를 드리다가 장인어른 소천 소식을 접했고, 급히 한국에 들어가서 장례를 돕고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왔는데 저도 너무 분주한 몇 날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어제 뜨봉크뭄, 품 따니의 기타 클래스도 마무리 했습니다.
기도 제목
예배 사역 - 성령과 진리로 예배하는, 삶으로 확증하는, 제자들이 세워지게 하옵소서
복음과 진리, 하나님 나라를 심습니다, 주님께서 자라나게 하옵소서
공부를 시작하는 싸뜨라에게 지혜를 주시고, 초심 잃지 않게 하옵소서, 필요를 공급하소서
선교사 가정이 성령으로 충만하게 하옵소서, 아내를 위로하시고 넉넉히 이기고 회복되게 하옵소서
존경과 사랑으로, 정종찬 / 정성실 선교사 (하준, 민준, 하임) 추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